150523 토요일 : 영화 'Mad Max: Fury Road' 매드맥스 2015 책과 영화의 숲

조지 밀러 감독,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주연

MAX. My name is MAX. That's my name.
 
1. 메멘토 모리

재밌는 구석이 많은 영화다. 가미가제를 연상시키는 워보이들은 죽기 직전 장렬하게 외친다 'remember me!!' 그러나 사실 그들의 죽음을 누가 기억할 것인가. 칼에 맞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의식을 잃어가자 맥스는 말한다 'MAX. My name is MAX. That's my name',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조지밀러 감독은 '매드맥스'를 다시 들고 찾아온 걸까. 1편을 연출했던 감독이 세월이 흘러 후편이건, 프리퀄이건 다시 그 영화를 연출하는 건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은 '스타워즈 6:제다이의 귀환' 이후 16년 만인데 비해,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는 '매드맥스 3'이후 정확히 30년 만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1945년 생이다. 그런데 '매드맥스'는 근래 내가 본 영화중에 가장 펑키하고 스타일리쉬한 영화가 아닌가! 
 
2. 꽃

맥스가 퓨리오사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장면에서 영화 '첩혈쌍웅'이 떠올랐다. 주윤발과 이수현은 끝내 서로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채, '미키마우스'와 '바보'라고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죽어간다. 그게 그땐 어찌나 슬프던지. 이름 조차 모르는 상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야말로 액션영화의 판타지    

3. 영화史에 남을 액션

'매드맥스'는 어마어마한 액션씬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쉬다가 잠깐 잠깐 싸운다면, '매드맥스'는 싸우다가 잠깐 잠깐 쉰다. 20년전 '매드 맥스'로 카체이싱 액션의 지평을 열었던 '조지 밀러'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를 통해 더 진일보한 카체이싱 장면을 선보인다. 이 영화의 몇몇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만 하다.

4. 로렌조 오일
 
그러나 '조지 밀러'의 영화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여전히 닉 놀테와 수잔 세런든의 '로렌조 오일'이다 

5. 영화는 예술이다

사실 '매드 맥스'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황량한 사막 위에 그려지는 디스토피아의 세계가 아닐까. 특히나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는 회화적인 구도가 매우 뛰어나다. IMAX 스크린에 펼쳐지는 사막의 폭풍 장면은, '인터스텔라' 밀러 행성의 파도씬 만큼이나 압도적이었다. 이 장면들은 단언컨데 렘프란트의 '야경', 혹은 뭉크의 '절규' 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준다. 영화는 예술이 분명하다.

6. '매드맥스'가 페미니즘 영화?

문제는 역시 마초이즘이다. 액션 영화의 쾌감을 생각하면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는 역사상 최고 수준의 영화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마초영화의 큰 형님 답게 역시나 여성을 묘사하는 부분이 적잖이 불편했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단지 우유를 생산하거나, 아기를 낳는 존재일 뿐이다. 게다가 '어머니의 우유'를 생산하는 여성의 묘사는 사람이 아니라 거대한 포유류과 동물에 가깝다. 반면 임모탈의 아기를 임신한 여성들은 절세 미녀들이지만 그들 또한 나이가 들고 살이찌면 (혹은 필요에 의해 강제로 살이 찌워져) '어머니의 우유'를 생산하는 여성처럼 될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자기 주도적인 결정을 내리는 여성은 '퓨리오사' 다. 그런데 그녀를 왜 한쪽 팔이 없는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설정했을까. 퓨리오사는 여성성을 강제로 상실 당한채 사실상 남성으로 그려진다. 퓨리오사의 캐스팅을 남성으로 교체해도 내러티브 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마도 30년 전과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로 인해 퓨리오사라는 인물을 만든 것이 아닐까. 그런데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 한쪽 팔을 제거 하고 머리를 빡빡 밀음으로써 그녀의 여성성을 상실케 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7. 소년이여 기타를 잡아라

 아, 마지막으로 선봉에서 서서 메탈 기타를 치던 녀석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기타 치다 말고 불을 뿜는 것도 맘에들고. 자동차들의 프로덕션 디자인 하나하나는 또 어떠한가! 하여간 스타일 하나로 끝장을 보고야 마는 영화다.  



매드맥스 1

<매드맥스>의 출발은 '동료와 가족을 잃은 어느 경찰관의 복수' 였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날리며 질주하는 폭주족(나이트 라이더)과 경찰관의 쫓고 쫓기는 추격씬은 이후 많은 영화들에 영향을 끼쳤지만 <매드맥스> 시리즈의 출발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기막힌 몇몇 액션장면을 제외하면 특별한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다. - 다만 널리 알려져있듯이 '멜 깁슨'과 '조지 밀러' 감독이 이 영화를 계기로 헐리우드에 진출할 만큼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자,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 최초의 '호주' 영화 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매드맥스> 시리즈 전편에 흐르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또한 <매드맥스>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영화 제작 당시 시드니의 세인트 빈센트 병원의 의사였던 '조지 밀러'는 아마도 <매드맥스>를 3편까지 만들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흔히 <매드맥스>의 세계라 부르는 것들은 <매드맥스2>에서 구축되었고, 뒤늦게 본 <매드맥스>는 마치 <매드맥스> 시리즈의 '프리퀄'(prequel)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면 폭주족의 자리에 인디언이, 경찰관의 자리에 보안관이 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막을 달리는 폭주족의 이미지는 혹자의 말대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떠올리게 했다. 김지운 감독이 <매드맥스>를 참고했다는 인터뷰는 (아마도) 없었지만.

조지 밀러 감독, 멜 깁슨, 조안느 사무엘 주연


지금으로부터 몇년후... 이 영화가 1979년 제작인 것을 감안해면 '지금으로 부터 몇십년후'로 수정되어야 할 듯

20代의 멜 깁슨

멜 깁슨의 아내와 아이가 폭주족에 쫓기는 장면.
순간 <애리조나 유괴사건>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매드맥스>는 확실히 고어적 성향의 액션영화 였다.

<매드맥스> 1편에서는 사막 보다는 아스팔트 위를 달린다. 보다 가까운 미래이고, 아직 미치기 직전인 맥스이며, 복수를 마친 맥스에게 남은 것은 텅 빈 가슴 뿐이다. <매드맥스> 2,3편은 그 속에 모래 바람을 채워 넣는다. 
(2008년 8월 19일)
 

매드 맥스 2 The Road Warrior

내가 기억하는 '매드맥스' 시리즈의 모든 것은 <매드맥스2>였다. 거친 황야를 달리는 폭주족들. 연료를 쟁탈하기 위해 연료를 소비하며 달리는 기이한 전쟁. 그리고 날아다니는 헬기조종사 '기로 캡틴'(브루스 스펜스).

<매드맥스 2>는 '매드 맥스' 시리즈 중 가장 완벽한 구조를 갖고 있므며, 평범한 경찰관에 지나지 않았던 '맥스'(멜 깁슨)를 세기말의 영웅으로 재탄생시킨다. <매드맥스 1>이 관객에게 전지적 시점을 부여한다면, <매드맥스2>는 요새의 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맥스'를 관찰자적 시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사건의 중심이 '맥스' 개인에서 '요새 속의 사람들'에게로 이동함에 따른 것이자, <매드맥스>가 다루고자 하는 세계가 보다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매드맥스2>는 단순한 SF 액션 영화가 아니라, 세기말의 징후를 묘사하고, 인간의 파괴적 본능과 더불어 고독한 영웅의 뒷모습을 매우 창조적으로 그리고 있다. 

조지 밀러 감독, 멜 깁슨 주연
(2008년 8월 21일)
 



매드맥스 3 Beyond Thunderdome

<매드맥스3 Beyond Thunderdome>은 대게의 3편들이 그러하듯 전작들을 넘어서려는 과욕을 부리다 제풀에 꺾여 쓰러지고 만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를 보는 것처럼 다양한 볼거리가 등장하지만, 거래도시인 '바비 타운'과, 사반나(헬렌 버데이)와 그의 종족들이 살고 있는 오아시스 마을을 오가는 이야기는 어수선하다. 2편의 완벽한 영웅에서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느 정도 지쳐 보이는 '맥스'와 마찬가지로, <매드맥스 3 Beyond Thunderdome>는 <매드맥스> 시리즈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카체이싱 씬(결말 부분에서 등장하긴 하지만) 보다는, 종족들 사이의 계급의 탄생과 조직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묘사에 더 집중한다. 따라서 '맥스'는 때로는 이용되고, 배신당하며, 때로는 사람들을 선동하고 이끌면서 전설속의 영웅으로 남는다. 그러나 '맥스'는 더 이상 '미치지' 않았으며, <매드맥스> 시리즈는 <매드맥스 3 Beyond Thunderdome> 이후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멜 깁슨'이 진짜로 미쳐버렸기 때문은 아닌지. '조지 밀러' 감독이 '멜 깁슨' 없이 <매드맥스 4>를 제작한다는 얘기도 꾸준히 들려오고 있으니 최소한의 기대는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로저 밀러 감독, 멜 깁슨, 티나 터너, 헬렌 버데이 주연
(2008년 8월 21일)

덧글

  • RuBisCO 2015/05/24 16:19 # 답글

    다만 작중에서 워보이들의 대사는 Witness me 입니다.
  • may be 2015/05/24 16:40 #

    그런가요. 한글 자막이 '기억해줘'라고 써있던 기억에 제가 remember로 떠올렸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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