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721 火 : 영화, 도학위룡 逃學威龍, Fight Back To School, 1991 책과 영화의 숲


"자네들 권총 찾으랬더니 사전이나 찾고 있어?"
"오늘 숙제를 못해가서 벌받고 교실에도 못들어 갔다구요"
"교실에 못들어가도 수사는 할 수 있잖아?"
"또 숙제를 못해가면 학교에서 짤린다구요, 이것좀 풀어주세요"
"난 삼각함수 몰라!"


주성성(주성치)은 기동타격대 반장이다. 어느날 국장은 그에게 학생으로 위장해 학교에 가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권총이 없어졌는데 아무래도 학생들이 훔쳐간 것 같다는 것이다. 학생으로 위장한 주성성은 권총의 행방을 찾지만 위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주성성은 공부가 질색이었던 것이다. 수업시간에 졸고, 숙제를 못해와서 혼나면서 기동타격대에서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는 딴판으로 지진아 학생 처지가 된다. 하지만 그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 바로 호 선생(장민) 때문이다. 호 선생에 첫눈에 반한 주성성은 그녀에게 개인 교습까지 받으면서 점차 성적이 나아지고 학교 생활에도 적응해 간다. 한편 주성성은 국장의 권총이 불법 무기밀매 업자이자 불량 학생들의 배후 조정자인 대비(장요양)가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주성치의 1991년 개봉작으로 같은 해 개봉한 오우삼의 '종횡사해', 성룡의 '용형호제2', 서극의 '황비홍' 등을 제치고 그해 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심지어 헐리웃 영화 '터미네이터2'보다 1.5배 가까운 흥행성적을 거뒀으니 이 영화가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주성치는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홍콩 영화 배우는 아니다. 홍콩 영화에 한참 빠져살던 시절에도 내 관심의 우선 순위는 주윤발 - 장국영 - 장만옥 - 유덕화 - 양조위 - 여명 순이었다. 주성치는 특별히 좋아하시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작품 중에서 좋아하는 것은 '도성', '도협'(지존무상3), '소림축구' '쿵푸허슬' 정도다. 주성치의 열혈 팬이 아니다보니 그의 영화 중에 놓친 것도 많은데 '도학위룡'도 그중 한편이었다.  

'도학위룡'을 지금 보니 어쩔 수 없이 '두사부일체'(2001)가 계속 떠올랐다. '두사부일체'는 개봉 당시 아이템이 참 좋다 했는데 '도학위룡'에서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도학위룡' 이전에도 '유치원에 간 사나이'(1991, 북미개봉 1990)나 'back to school'(1988)등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영화는 계속 있어왔다. 다만 '도학위룡'에서 형사를 조폭으로 바꾸면 거의 '두사부일체'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머의 코드가 비슷하다.

'도학위룡'은 내겐 그리 특별한 작품은 아니다. 역시 내게 홍콩 영화란 곧 홍콩느와르를 말하는 걸까. 주성치의 코미디는 내겐 웃기기보다는 좀 유치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 과장되고 유치한 연기 속에 주성치의 능청스러운 매력이 도사리고 있음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 '도학위룡'의 경우 설정 자체가 주는 흥미를 빼면 그다지 특별한 면을 찾지는 못했다. 크게 웃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뭐 그렇다고 장점으로 꼽을 만한 것도 딱히 없는 애매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사실 내게 주성치가 그렇다.

위에 언급했듯 개인적으로는 주성치가 직접 연출한 '쿵푸허슬'(2005)이야말로 주성치 영화의 정점이라 생각한다. 그 이전의 작품들이자 사실상 주성치 영화의 전성기였던 90년대의 작품들은 내겐 별다른 감흥이 없다. '도성' 도협'도 주성치여서가 아니라 90년대 초의 도박 범죄 느와르 영화들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 영화들에 대한 패러디성이 강했던 두 영화도 덩달아 좋아했던 것은 아닌지. 하지만 워낙 어릴때 본 작품들이라 이참에 다시 찾아보면 또 어떨지는 모르겠다. 뒤늦게 주성치의 마력에 폭 빠질지도. 특히 '도협'은 어릴때 하도 재밌게 봐서 다시 볼 생각만으로도 벌써 설렌다.

- 제임스 본드 하면 떠오르는 본드걸 처럼 주성치하면 떠오르는 여배우 '장민'. 사실 기억 속의 홍콩 여배우들을 미모 순으로 따지면 언제나 장민이 최고였는데, 세월이 흘러 다시보니 꼭 그렇지도 않구나. 당시로서는 너무 세련된 얼굴이어서 그랬나. 오히려 지금 보니까 좀 촌스럽게 느껴진다. 오히려 당시엔 수수하다 생각했던 오천련, 주보의가 정말 예뻐보이고.
- 주성치의 동반자 오맹달은 학교에 먼저 잠입한 경찰측 요원으로 등장한다. 




덧글

  • 동사서독 2015/07/24 21:10 # 답글

    김선아 주연 영화 「잠복근무」가 도학위룡을 고스란히 베꼈죠. 남자(주성치)에서 여자(김선아)로 성별을 바꾼 걸 제외하면 경찰이 학교에 학생으로 변장해서 잠입수사하는 코미디를 고스란히 따왔답니다.
  • may be 2015/07/24 23:43 #

    그렇네요 '잠복근무'가 있었군요. 그 영화엔 미안하지만 새까맣게 잊고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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